기억궁전이 동작한다고?
2017년 02월 06일 작성TL;DR
기억궁전은 해시테이블이다.
시작하며
영어공부를 할겸 유튜브에서 TED를 틀어 보고 있었다.
조슈아 포얼의 누구나 할 수 있는 엄청난 기억력1 을 봤다.
처음 드는 생각은 당연히 엥? 저게 된다고?
대체 어떻게 했길래 1년만에 기억력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을까?
너무 궁금해서 유튜브를 뒤지다보니 조신영 씨의 스타킹 영상을 보게 되었고
이 사람이 운영하는 채널2을 구독하고 모든 동영상을 다 보게 되었다.
진짜 된다?!
기본적인 설명을 듣고나서 연상(지정)기억법을 써서 랜덤한 그림 10장을 외워 봤다.
그림 또는 사진에 스토리를 부여해서 연결하는 방법인데 어라? 10장 정도는 쉽게 외울 수 있었다.
심지어 재미있었다.
하지만 카드는 너무 어려웠고 숫자도 어려웠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숫자나 카드를 어떠한 이미지에 매핑하는 연습이 아예 안되어 있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왔다.
게다가 동영상 중에 하나는 셔플된 카드 한 덱(52장)을 통째로 2분안에 통째로 외우는게 있었는데 52장을 스토리로 이어서 기억하는 거면 그건 그냥 머리가 좋다고 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어봤다.
연상기억법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여서 동영상에 댓글로 물어봤다. 연상기억법만으로 가능한가요?
조신영씨는 기억궁전을 씁니다.
라고 답해주셨다.
기억궁전(Memory Palace)
이런저런 사이트를 뒤지다 Art of Memory Forum3 라는 사이트를 찾았다.
해당 사이트의 위키4 에 기억궁전 만들기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나와있어서 20분 정도 따라서 만들어 봤다.
기억궁전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장소(location)이어야 하고 기억을 저장할 특정한 사물이나 장소(locus)가 있어야 한다.
내 기억궁전은 구미에 있는 고향집(location)으로 했고 장소(locus)들은 신발장, 냉장고, 피아노 등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들을 사용했다.
최종적으로 22개의 장소(locus) 를 만들어놨고 순서도 다 외워놨다. (동선은 쉬웠는데, 장소를 지정하는 것이 좀 오래 걸렸다.)
기억궁전을 써보았다
준비가 되었으니 숫자를 외워보았다.
숫자를 특정 이미지로 매핑하는 과정이 제일 먼저인데, 가장 오래 걸리는 작업이기도 했다.
0은 계란, 1은 연필, 2는 오리, 3은 뚱뚱한 아저씨 같은 식으로 0-9 까지 매핑했다.
숫자를 외울땐 2자리씩 끊어서 스토리를 만들어 외운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1320 이라면 13, 20 으로 끊고
- 13: 연필에 엉덩이가 찔린 뚱뚱한 아저씨
- 20: 미친듯이 빠르게 달려가는 오리를 추격하는 달리는 계란
이런 식으로 짧고 강렬한 스토리
를 만든다.
그리고 해당 스토리를 기억궁전의 위치에 순서대로 하나씩 배치한다.
처음엔 어려웠는데 랜덤한 4자리 숫자를 몇 번 하다보니 익숙해지는게 느껴졌다. 물론 내가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너번 하다보니 소소한 노하우도 생겼다.
-
장소에 대한 특징을 반드시 포함해서 스토리를 배치한 뒤 기억할 것
-
먼저 나오는 숫자가 먼저 보이게 스토리를 짤 것
효과가 있다
4자리 숫자로 몇번 해보고 익숙해진 뒤 10자리를 해봤다. 어라?! 잘 되었다.
당연하게도 앞으로든 뒤로든 상관없이 숫자를 외울 수 있었다.
20자리까지도 잘 되었다.
숫자의 자릿수는 시간과의 싸움일 뿐이지 (강렬한 스토리를 만드는 시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론적으로는 내 기억궁전에 22개의 장소가 있으니깐 44자리 숫자까지는 어렵지 않게 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44개 숫자를 바로 외울 수 있다면 그게 훨씬 편하다
마치며
기억궁전은 더블 링크드 리스트(이미지)
를 버킷(장소)
에 해싱(Hashing)
하는 일종의 해시테이블(Hash Table)
이다.
컴퓨터에서 해싱은 버킷 충돌이 일어나면 오픈/클로즈 어드레스 기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기억궁전은 충돌이 일어나면 해결이 거의 불가능 하다.
따라서 각 기억궁전의 사용자는 많은 버킷(장소)을 가지고 있을 수록 유리하고, 해시함수가 빠르게 동작(스토리)하고 쉬운 알고리즘(강렬함)을 쓸 수록 유리하다.
상상력과 관찰력을 키우면 성능이 올라가는 해시테이블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