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 (1/2)
2020년 07월 18일 작성TL;DR
- 명확한 회사의 가치관을 설정한다.
- 가치관대로 면접관을 교육하고 채용을 진행한다.
- 가치관대로 의사결정을 한다.
- 가치관대로 직원들 평가한다.
- 일부 인원에 의해서 변경되거나 바뀌지 않는다.
시작하며
지난 경력을 돌아보면 대표, 팀장, 팀원을 모두 거쳐오며 나름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언젠가 좋은 대표가 있는 개발회사의 CTO로 가서 좋은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꿈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다니는 회사마다 문화와 대표(경영진)의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좋은 대표와 좋은 문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좋은 대표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지만) 이 글에서는 조직 문화 가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몇가지 기준을 살펴본다.
조직 문화란 무엇인가
문화라는 단어는 광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아래와 같이 의미로만 사용한다.
조직내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에 대한 일관된 기준을 제공해주도록 조직원간에 합의된 기준, 조직원의 일부가 대체되거나 빠져나가더라도 지속가능한 속성을 가지는 의사결정 도구
즉, 이 글에서 말하는 문화란, 조직원들이 합의한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이다.
조직 문화는 누가 만드는가
조직 문화는 의사결정의 프로세스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직원들로부터 ‘프로세스가 없다’ 는 피드백을 받는 회사들은 물리적인 프로세스가 없는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직차원의 일관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러한 조직원 모두가 합의한 일관된 의사결정 기준은, 아래에서 만들어 퍼뜨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좀 더 정확히는 아래에서 만든 프로세스나 문화가 회사의 경영방식(=회사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회사의 가치관에 기반하지 않은 모든 프로세스와 문화는 모래성과 같다.
반면, 회사가 아무런 기준을 제공하지 않아도 조직원들은 자신들만의 기준을 만들어 낸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회사(혹은 경영진)의 기준과 다를 수 있으며, 회사와 직원들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게 되어,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조직 문화는 위(경영진)에서부터 만들어져서 내려오는 기준과 아래에서 만들어져 올라가는 기준이 겹치는 어딘가 에서 만들어진다.
좋은 조직 문화란
경영진의 강력한 메시지와 일관된 채용을 통한 문화이든, 경영진의 방치위에 조직원들끼리 만들어진 문화이든, 조직이 있다면 문화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럼 어떤 문화가 좋은 문화인가?
팀장, 이사, 대표 등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가진 누구를 데려와도 나와 동일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문화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면 좋은 조직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 처음 만난 어려운 상황에 대한 조직의 의견을 통합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해준다.
- 현재 존재하는 프로세스를 언제 깨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해준다.
- 위의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들이 회사의 나에 대한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된다.
- 일부인원(심지어 경영진이라도)이 대체되더라도 변경되지 않는 기준을 가진다.
좋은 문화란 결국 회사의 가치관을 잘 반영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문화이다. 반대로 회사의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거나 조직원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좋은 조직문화가 나올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악덕회사라서 가치관이 개판일 경우에도 문화가 가치관을 반영하면 좋은 문화냐고 물어보지말자.. 일반적인 기준에서 가치관이 문제가 있으면 문화고 뭐고 판단할 가치조차 없는 회사이다.
좋은 문화를 막는 현실적인 문제들
현실에서는 조직원들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문화가 경영진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조직원들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경영진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의사결정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느려지고, 책임을 전가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일이 생기는 표면적인 이유는 채용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용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아래의 2가지를 들 수 있다.
- 회사의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다.
- 회사가 언행일치를 하지 않는다.
사람의 행동은 환경에 크게 좌우되며, 이것은 수많은 연구와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좋은 환경은 좋은 사람을 자신의 모습대로 행동하게 하고 나쁜 환경은 좋은 사람도 나쁘게 행동하게 만든다.
이 환경을 구성하는 것은 회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도 회사에 있다.
명확하지 않은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무관심
먼저, 회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세우고 그것을 명문화된 가치관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를 보자.
조직원 10명을 채용하면 10명을 채용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게 되며, 이렇게 채용한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가 일관되거나, 회사의 가치관(존재하지 않는) 을 반영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회사(또는 경영진)가 일관된 기준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결정에 대한 평가만 내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상황이 지속되면 회사와 직원들은 서로를 무능하다고 비난하면서 신뢰가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신뢰 관계는 하루아침에 쌓이지도,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조직 자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뢰(Trust)라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언행일치를 하지 않는 회사
두번째로, 회사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조직원들에게 홍보하지만 실제로 행동(특히 평가)을 다르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경영진의 말(주간, 월간, 연간회의 등)은 실무자들에게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은 단기매출과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대외적으로 장기적인 투자와 고객과의 신뢰를 홍보하면서 거기에 맞춰서 사람을 뽑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장기적인 이득과 고객에 대한 신뢰구축을 위해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겠지만, 막상 평가는 낮은 평가를 받는다. 장기적인 이득을 포기하고 단기적인 이득을 추구하고, 과정이 어찌되었든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인정을 받는다.
이런 회사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조용히 회사를 떠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남아서 단기적인 커리어만 쌓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채용을 진행하게 되면 각자의 기준대로 사람을 뽑을것이 뻔하므로, 전체적인 회사의 문화가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기 어렵게 된다.
마치며
프로세스가 없다 는 피드백은 진짜 업무를 진행할 프로세스가 없어서가 아니라, 공통된 기준(가치관)이 없기 때문에 서로 자기 기준만을 주장하기 때문에 일관된 기준이 없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우리 회사는 팀바팀 이라는 피드백은 공통된 가치관이 없기 때문에, 팀장이 자기맘대로 행동하는 것을 아무도 제어하지 않으므로 팀장에 따라 팀의 문화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런 피드백들이 많이 나온다면 경영진이 나서서 가치관을 세우고 언행일치를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지, 설문조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