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하는 메커니즘
2021년 12월 26일 작성TL;DR
실행하는 사람이 그 메커니즘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있을때 이상적인 메커니즘이다.
그래야만 메커니즘을 언제 무시해도 되는지를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도와 사람, 그리고 메커니즘은 항상 같이 움직여야 한다.
시작하며
더 파운더
라는 영화를 보면 맥도널드 프랜차이즈의 성공요인은 매장 내의 최적화된 동선(업무 프로세스)과 최적의 비율로 세팅된 일관된 맛을 미국 전역 규모로 스케일링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었다고 표현한다.
바꿔 말하면, 맥도널드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전지역으로 프랜차이즈가 확대가 되면서도 맥도널드의 맛과 업무 프로세스를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Good intentions never work, you need good mechanisms to make anything happen. - Jeff Bezos
아마존도 60만+ 규모의 회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실제로 아마존내에서 이니셔티브(메커니즘의 일부로서) 제안시 가장 중요한 검토 요소중 하나가 스케일링이다. (이 이니셔티브는 스케일링 가능한가? 아니라면 스케일링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모든 메커니즘이 효과적인 것도 아니고, 메커니즘 자체는 효과적이라고 해도 그것이 우리 조직에서는 의도한대로 동작하지도 않는 경우를 종종 보게된다.
본 글에서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것이 잘 실행되고 자리를 잡게 하려면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다뤄보려고 한다.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메커니즘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일을 완료하기 위해 처리되어야 하는 내용이 논리적 혹은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정리된 것
으로써, 아래와 같은 종류들이 있다.
What mechanisms? Processes. Automation. Documentation. Rulebooks and playbooks. Game plans.1
메커니즘이 왜 필요한가?
비즈니스의 스케일이 커지게 되면서 사람이 늘어나고, 사람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해관계의 충돌도 함께 늘어나게 된다.
메커니즘은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일관된 기준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사용된다.
아마존에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생기면 LP(Leadership Principle)을 기준으로 의견을 맞춰나간다. 이 경우 LP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메커니즘이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장애 상황이다. 비즈니스에서 장애 상황은 보통 고객상담을(전화나 게시판 등) 통해 전달받고 해결을 도와준다.
고객상담을 외주로 주는 경우가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고객상담에 대한 대응을 미리 매뉴얼로 만들어둬서 외주업체가 교체되더라도 일정한 퀄리티의 고객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도 효과적으로 특정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메커니즘이다.
즉, 메커니즘은 어떠한 상황이 생겼을때 비즈니스에서 의도(베스트 프랙티스)한 대로 해결 또는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며, 이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구성원의 수준에 무관하게 일정한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스케일링)
이것을 좀 더 압축해서 한문장으로 말하자면, 비즈니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스케일링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가 작으면 메커니즘이 필요없다. 메커니즘의 필요성은 비즈니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스스로 드러나게 된다.
프로세스가 없다
거나 회의가 끝났는데 결정되는게 항상 없어요
같이, 동일한 주제로 계속 되는 컴플레인들이 조직내에 생기기 시작한다면 어떠한 형태든 메커니즘을 만들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만드는 방법
효과적인 메커니즘은 조직마다 다르기 때문에, 효과적인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보다 (내가 생각하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짧게 적어본다.
- 데이터 포인트 수집
- 의도와 결과 설정
- 메커니즘 만들기
- 실행
- 피드백과 반복
데이터포인트 수집
메커니즘은 행동을 강제하는 도구로써, 이를 만드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한번 만들면 조직원들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만드는 행위 자체를 신중하게 가져가야한다.
따라서 메커니즘이 필요한가에 대한 데이터포인트를 충분히 수집해야한다.
가장 무식하지만 의외로 많이 쓰는 방법은, 문제가 터질때 까지 기다린 뒤에 문제가 터지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회식비에 대한 제약이 딱히 없다가 한 팀이 인당 30만원을 쓰고나서야 회식비는 앞으로 인당 5만원입니다. 하는 식이다.
좀 더 나은 방법은 주기적으로 개선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동일한 문제가 얼마나 계속 올라오는지를 파악한 뒤, 일정기간 동안 해결이 안되는 문제가 있다면 메커니즘화 하는 방법이다.
가장 나은 방법은 수시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메커니즘 자체를 문제를 겪고 있는 직원(들)이 만들어서 테스트하고 전사에 배포하는 방식이다.
당연하게도 아래로 갈수록 비용이 많이 들고, 구성원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해진다.
의도와 결과 설정
메커니즘은, 의도만으로는 비즈니스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이말은 모든 메커니즘은 의도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의도가 중요한 이유는 메커니즘을 언제 쓰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위의 회식비에 대한 회사의 의도가 다음과 같았다고 하자
회식비를 인당 30만원 허용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비용을 30만원 이상으로 쓴 내역들을 보니 가족들을 데려와서 회식을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가족간 교류를 원치 않는 팀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사례가 많이 생기더라. 그래서 회식비를 5만원으로 제한하겠다. 한사람이 5만원이면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지 않나?
(물론 국가별 세금 등에 대한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넘어가보자)
매달 회식비 인당 5만원 기준을 회사에서 만든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언제 회식비를 5만원 이상 써도 되는지를 알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특정 상황에 실제로 10만원을 썼을때 회사나 주변 사람들도 그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메커니즘은 행위에 대한 도구이다. 따라서 메커니즘의 실행을 통해 특정한 결과를 유도하고 있다.
매달 회식비 인당 5만원 이라는 결과는 (특히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원래 의도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 비용을 처리하는 회계부서에서도 인당 5만원 범위의 의도를 알고 있다면, 10만원 내외의 회식비나, 3개월간 회식을 하지 않고 3개월치를 모아서 호텔 뷔페를 간 인당 15만원짜리에 영수증에 대해 추가자료를 요청하지 않고 승인을 해줄 것이다.
메커니즘 만들기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의 형태가 조직별로 다를 수 있다.
문제에 따라 형태는 사업팀에 대한 요청은 반드시 이메일로 작성한다
같은 프로세스일수도 있고 전사의 직종/직군별 업무평가에 사용될 기준
과 같이 가이드일 수도 있다.
형태가 어찌되었든 적절한 데이터포인트를 통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의도를 반영하고, 의도한 결과를 내도록 유도한다면 좋은 메커니즘이다.
초기 메커니즘은 대부분 결점 투성이 일것이기 때문에 이후 실행을 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나가게 되며, 최종적으로 베스트 프랙티스라고 부를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된다.
다른 회사의 메커니즘이 좋아보여서 그대로 베껴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
초기 도입비용은 적게 들수도 있지만 의도와 결과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다른 곳의 메커니즘을 난도질해서 필요한 부분만 가져다 쓰다보면 결국 원래 의도와 결과 및 내가 원했던 의도와 결과를 모두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조직구조 개편이 없는 애자일 프로세스 도입이라던가, 반대로 Tribe, Chapter, Guild 조직구조만 가져오고 업무 프로세스는 고전적인 방식을 사용한다던가, 구글의 OKR 을 가져와서 직원평가 기준으로 쓴다던가 하는 등이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안좋은 예이다.
메커니즘을 제대로 적용하는데 필요한 요소
비즈니스의 베스트프랙티스를 잘 반영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었다면 전사에 사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메커니즘이 잘 동작하게 하는데 필요한 요소가 2가지가 있다.
- 의도
- 문화
의도
모든 메커니즘은 의도를 담고 있어야 하고, 이 의도를 메커니즘과 함께 각인 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메커니즘은 조직내의 누가 실행하든 비즈니스가 의도했던 결과를 내기 위해 만든 도구이다.
특정 상황에 메커니즘이 의도했던 결과를 내는데 방해가 된다면, 의도했던 결과를 내기 위해 메커니즘을 우회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실행하는 사람이나 주변사람들이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문화
메커니즘이 잘 정착되려면 메커니즘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메커니즘을 실행하는 사람이 비즈니스 의도에 의해 메커니즘을 무시하고 고객대응을 하거나 일을 진행했다면,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안된다.
회사가 책임을 지고 이것을 피드백으로 더 나은 메커니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문화가 있어야 계속 추가되거나 수정될 메커니즘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비즈니스의 의도를 직원들이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회사와 고객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게 된다.
마치며
좋은 메커니즘이 왜 동작하지 않는지를 설명하려고 했는데, 왠일인지 반대의 내용을 적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