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프로세스를 만들 때(혹은 개선할 때) 고려할 만한 내용들

TL;DR

모든 면접관이, 같은 원칙을 공유하고, 동일한 렌즈로 원칙을 해석하고, 바를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장기적으로 바는 계속 높아진다.

시작하며

최근 가장 감명깊게 본 유튜브 영상은 토스 대표의 PO Session 들이다.

첫번째 영상을 짧게 요약하면, 성장하는 서비스가 되려면 이탈을 줄이고 리텐션을 올려야 하며, 리텐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또한, 고객을 정확히 정의하고, 고객의 핵심문제를 제대로 풀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만이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다.

성장하는 회사도 비슷한 것 같다. 좋은 직원의 이탈을 줄이고 리텐션을 올려야 성장할 수 있다.

좋은 직원의 이탈을 줄이고 리텐션을 올리려면 좋은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화는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것이므로, 결국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좋은 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치, 닭과 달걀의 문제처럼)

회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내 눈앞에 있는 지원자가 좋은 직원이 될지 아닐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이 지원자가 직원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리텐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판단해야한다.

즉, 문화의 시작은 채용에서부터 시작되며, 채용은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성장이 문화의 성장과 연결되는지도 확인해야한다.

그러려면 문화와 채용, 그리고 성장이 하나의 기준으로 정렬(align) 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잘 정렬된 채용시스템을 만들때 고려할 내용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채용시스템을 이루는 3개의 기둥

개인적으로 모든 채용시스템은 아래의 3개의 기둥(Pillar)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원칙(기준)

3개의 기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이란 회사가 실제 원하는 인재의 특성을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다. (잘 알려진 기준은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이 있다.)

무슨 원칙이든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특성을 잘 표현하기만 하면 되지만, 반드시 아래의 2가지 사항을 지켜야 한다.

  1. 언행일치. 즉, 회사가 진짜 중요하다고 행동하고 있는 내용
  2. 직원에 평가에 사용되고 있는 내용

그리고 위의 사항때문에 원칙은 반드시 탑다운으로 회사차원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바텀업으로 일부 직원들이 만들 수 없다.

왜 그런지 짧게 살펴보자.

언행일치

원칙은 절대 듣기좋은 을 나열해서는 안된다. 남들이 듣기 좋지 않더라도 회사가 실제로 하는 행동 에 근거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현재 jQuery 로만 프론트엔드 개발을 시킨다면, 새로운 기술을 스스로 배우고 적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고 뽑아서는 안된다. (어차피 금새 이탈하기 마련이므로)

회사에서 개발자를 평가할 때 작업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고 코드의 퀄리티는 아무래도 좋다면(말로는 코드 퀄리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회사의 자원을 할당하지 않는 경우가 될 것이다.), 원칙으로 속도를 삼아야지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를 삼으면 안될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원칙이 언행일치가 안되면, 그 원칙은 깨진 유리창으로써 동작하게 되며 나머지 원칙들에 대한 모든 신뢰도도 금새 깨지게 될 것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언행일치 안되는 사람이 입바른 소리하면 꼴보기 싫지 않은가? 차라리 말이라도 안하고 있으면 나을것이다.)

따라서 외부에 공유하기 쪽팔리더라도 언행일치 되는 원칙이 중요하다.

현재 직원의 평가에 사용되는 원칙

좋은 원칙은 필연적으로 회사가 높게 평가하는 직원(좋은 직원)의 특징을 설명하는 요소들이다.

따라서 특정 직원의 원칙들에 대한 수준이 성장함에 따라 회사에서도 높은 평가를 해야하며, 즉, 업무평가에 해당 원칙을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봐도, 면접때는 A라는 원칙을 사용하고 직원이 된 다음에는 B라는 원칙으로 업무를 평가한다면, A 특성을 가진 직원은 어차피 이탈하게 되어 있다.

렌즈

렌즈는 원칙을 올바로 적용/해석하는 방법이다.

면접노트를 보고나면 내가 면접에 들어갔어도 결과가 비슷했겠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이 렌즈이다.

즉, 3년차에게 3점을 줄때와 7년차에게 3점을 줄때의 기준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좋은 렌즈를 모든 면접관이 공유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xx 씨가 뽑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막을 수 있고, 다른 직원이 가끔 헛소리를 해도, 그가 나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서 들어왔기 때문에 생기는 최소한의 존중을 하게 된다.

한편 모든 직원은 원칙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데, 렌즈는 원칙을 해석하는 방법이므로, 결국 모든 직원은 원칙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원칙의 수준에 따라 직원의 우수성이 평가되므로, 본인 레벨에 맞는 원칙을 해석할 줄도 알아야 하며, 진급을 위해서 원칙이 나보다 높은 레벨에는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알아야 한다.

같은 렌즈를 공유하는 법: 교육

면접은 운이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느정도 동의한다. 사람의 상황에 따라 렌즈를 느슨하게 또는 타이트하게 적용할 수 있고 이것이 운의 영역에 들어간다.

하지만 좋은 회사들은 운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원칙과 렌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어 보인다.

1차적으로는 면접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모든 직원이 회사의 원칙과 원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바(Bar)

언행일치가 되는 좋은 원칙을 세웠고 모든 면접관이 같은 렌즈로 해석해서 5점 만점에 3.5점이 나왔다고 하자.

3.5점이면 합격인가 아닌가? 3년차의 3.5점과 8년차의 3.5점은 같은가 다른가?

렌즈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준이 바(Bar) 이다.

바를 설정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재 딱히 기준이 없으면 팀의 50% 를 기준으로 설정해보자.

즉, 팀의 가장 낮은 원칙수준의 사람과 가장 높은 원칙수준의 사람의 정중앙이 바가 된다.

50% 바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바를 넘기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면, 장기적으로 팀의 원칙수준은 우상향하게 된다. (이미 뽑힌 사람들도 원칙수준이 성장할 것이므로 바는 사람을 안뽑아도 계속 올라가게 된다.)

50% 바를 찾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공통적으로 사용자스토리의 스토리포인트를 계산하듯이 상대적으로 보게 된다.

팀단위로 적용하기 어려우면 (팀이 크거나 팀단위로 뽑지 않거나) 바 챔피언 (바가 되는 직원) 을 세운다거나,

경력 연차별로 나눠서 적용한다거나(0~3, 3~7, 7~10, 10~, 순서대로 주니어, 중니어, 시니어, 프린시펄)

직군 별로 나눠서 적용하는(프론트, 백엔드, DevOps 등) 방법을 쓸 수 있다.

마치며

위의 3가지 기둥이 있어도, 원칙에 대한 답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부족하면 시간내에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자주 나온다.

시간이 나면 면접기술에 대해서 다뤄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