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 Up 프로세스에 대한 생각

TL;DR

큰 자유도는 큰 책임을 수반하며,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스타트업은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일반적인 스타트업이라면 린 스타트업에 스크럼이나 칸반 정도를 섞어서 시작하자.

시작하며

최근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여러 책과 문서들을 읽다가 쉐이프 업(Shape Up) 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현재 프로토타이핑 팀은 4주간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4~6주간 빌드를 하는 식으로 빌드를 하고 있다. 쉐이프 업은 이 방식과 거의 동일하게 설명하면서도 좀 더 체계적이라 엄청 흥미가 생겼다.

프로토타이핑 팀에서 일하는 방식을 프로덕션 개발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고객의 문화나 조직구조를 바꾸는 데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읽게 되었다.

본 글에서는, 조직에서 쉐이프 업을 도입하려고 할 때 생각해볼만한 내용만 몇가지 적어본다.

쉐이프 업 요약

개인적으로 라이언 싱어의 원래 영상1 보다 위의 영상이 좀 더 쉽게 설명한거 같다.

글로 된 것은 이 글2과 이 글3을 추천한다.

쉐이프 업은 애자일을 쓰고 있는 스타트업에서 초기 스타트업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왔다.

초기 스타트업은 소수의 인원이 문제에 대해 완전한 컨텍스트를 공유한 상태로 프로세스 없이도 빠른 시간안에 빌드가 가능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완전한 컨텍스트 공유를 기반으로 한 높은 자유도 이다.

쉐이프 업은 fixed time, variable scope 이라는 원칙으로 프로세스를 구성하여, 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의 리스크를 관리하려고 한다.

쉐이프 업은 쉐이핑(Shaping), 베팅(betting) 그리고 빌딩(building) 단계로 이뤄지고, 크게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1. 주어진 비즈니스 문제에 대해 6주간 분석하고(쉐이핑) 피치(pitch)라는 형태의 문서로 만들어낸다.
  2. 이 피치 문서를 기반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해서 풀지 (혹은 안풀지) 베팅을 한다.
  3. 베팅된 피치를 팀에서 가져가서 6주간 빌딩하여 결과물을 만든다.

생각해볼 점

앞서 말한대로, 쉐이프 업은 현재 사용 중인 프로토타이핑 프로세스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기존 프로세스에 적용할 수 있거나 개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기를 원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볼만한 점들을 정리해 봤다.

배경

회사의 특성

기타

마치며

잡 플래닛의 많은 스타트업 리뷰에서 체계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본다.

그러나 해당 회사들은 사실 슬랙, 지라, 컨플루언스 등을 쓰고 업무의 프로세스가 있고, 실제로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는 회사들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여기에서 일하면서 체계가 없다는 평가를 한다. 왜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래 문제가 제일 크지 않을까 한다.

일을 할때 기존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맘대로 하는 사람이 있지만(특히 높은 사람들) 아무런 불이익이나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프로세스는 각 구성원들이 각자가 다루는 다양한 변수들을 예측 가능한 상수로 만들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해주는 회사내의 합의이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에서의 합의는 교차로의 신호등과 같이 어느정도의 유연함을 가진 규칙이기 때문에 단순히 합의를 종종 어기는 것 만으로는 체계가 없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을땐 노란불일 때 꼬리를 살짝 물어도 전체 트래픽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꼬리물기한 몇대의 차량 때문에 전체 교차로가 차로 가득찰 수도 있다.

후자와 같이 막힌 트래픽을 적절히 관리해야하는 신호체계의 수호자 같은 사람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적극적으로 트래픽을 방해하는 경우에, 구성원들은 체계가 없다는 평가를 하게 된다.

프로세스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다. 의도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어떤 경우에 프로세스를 지키고 어떤 경우에 어느정도 어겨도 되는지를 확신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좋은 프로세스를 복붙해서 써서는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모든 구성원에게 특정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의도를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이고, 이 의도는 회사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부합해야만 비로소 체계가 없는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