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프로젝트로 린스타트업 실천해보기 - 준비하기 (1/3)

TL;DR

시작하며

최근에 microsaas 에 관심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럽게 product market fit 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아래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내가 평소에 이야기하던 것들과 완전히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읽고 정리한 생각들이 실제로 성공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결국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더 나아가서 영상의 발표자처럼 실제로 해보고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린스타트업을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단순히 린스타트업을 실천만 하는 것은 재미없으니 약간의 진심을 담아서 하기로 정했다.

린스타트업을 실천하면서 얻은 것들을 3개 정도의 포스트로 나눠서 정리해두려고 한다.

아이템 선정

사이드프로젝트는 주말에 4~6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비싼 자원이 시간이다. 그래서 모든 형태의 비용을 최소화 해야하지만 특히 시간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린스타트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스타트업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아마존의 Working Backwards 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문제에서 가장 쉽게 벗어나는 방법은 나 혹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다.

예전 스타트업을 할 때 내가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설을 세우고 피드백을 받는게 엄청나게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린스타트업의 모든 과정은 고객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MVP 빌드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게 되어있는데, 내가 직접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가설을 검증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연차가 쌓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덕목(virtue)은 성실성(consistency) 이다. 주변의 어떠함과 무관한 성실함, 꾸준함만이 결국 나를 앞으로 이끌고 나간다고 생각한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의 중요한 성품 중 하나를 신실함으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창업자(enterpreneur) 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문제에 대한 끈질긴 고민이다. 실제 창업을 해보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끝없이 하게 된다. 그 끈질김은 결국 성실함에서 나오게 되는데, 성실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직접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특히나 사이드 프로젝트는 특성상 이 성실성을 놓치기 매우 쉽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겪고 있는 (그리고 가능하면 자주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문제 - 영어

최근 몇년간 나의 앞길을 막는 요소중 하나는 영어이다. 연차가 쌓이면서 영어를 못해서 얻는 불이익이 눈에 많이 보이고 있고, 영어를 잘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들도 많이 보이게 된다.

스스로를 대략 점검해봤을때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한글 어휘력과 영어 어휘력의 괴리였다. 업무특성상 다소 복잡한 문제들을 정리하고 해결하며, 고개에게 설명을 해야한다.

때때로 내가 했던 일을 내부에 영어로 공유해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영어 어휘력 때문에 너무나 많은 부분을 뭉뚱그리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니 영어 일기가 어휘력을 키우기 좋다고 해서 그날 하려고 시간을 내서 앉았다. 그런데 영어로 바로 글을 쓰고, 무슨 표현이 좋은 표현인지 찾아보고 숮어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그 때 ChatGPT 가 있었다면 달랐겠지) 그러다보니 일기를 쓰려고 자리에 앉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점점 피하게 되었다.

비슷한 과정으로 전화영어, 링글도 시간과 부담감 때문에 시도하고 한달만에 포기하게 되었고, 말해보카는 몇달간 했지만 결국 정적인 공부형태가 되어서 잘 안하게 되었다. 스픽은 말하기 형태라 출퇴근이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쉽게 할 수가 없어서 못했다.

일을 하다보니 글을 쓰는 것은 고사하고 영어 공부를 위해 뭔가를 읽을 시간 내는것도 쉽지 않았다. (영어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다양한 핑계가 있다는 뜻.)

그래서 개인적으로 영어공부도 성실함이 중요하고, 내가 성실하게 공부를 하려면 아래와 같은 조건이 만족되는 툴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린스타트업 캔버스 그리기

예전에 만든 캔버스1 를 이용해서 캔버스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정리해보았다.

린 캔버스는 원래 product market fit 을 기준으로 좌측이 product, 우측이 market 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잘 풀면 market 찾기는 따라온다고 기대하므로 캔버스에는 비용과 revenue 에 대한 부분은 없다.

High level concept 는 내가 임의로 추가한 필드인데, X for Y analogies 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Uber 는 AirBnB for cars 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땐 보통 이걸 먼저 말하게 되는데, 내가 초기에 생각한 것은 매일 번역할 문장을 보내주는 스마트한 영어일기장이었다.

가설 검증

요즘 대세인 ChatGPT 를 생각하면 채팅기반의 서비스가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문제 자체가 의미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먼저이므로 가장 구현하기 쉬운 방식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린스타트업에서 가설검증은 꼭 구현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되기 때문에, 일단 페이퍼 목업으로 시작해봤다.

해당 내용에 대한 공유는 어렵지만, 종이나 아이패드로 페이지 모양을 대충 그린 뒤에 POP2 앱으로 클릭/화면전환이 가능하게 만들어서 테스트 해보았다. Figma 에 익숙하면 피그마를 써도 된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툴에 익숙하지 않고, POP 앱이 더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서 예전부터 자주 사용한다. (공유하기도 좋다.)

구현전에 고려할 내용

검증에 반드시 구현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핸즈온을 해보지 않고 알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구현이 불가피하다.

개인적으로 초기 구현에는 아래의 3가지를 고려해서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비즈니스 로직에 집중하기
  2. 쉬운 수정 및 배포
  3. 메트릭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빠르게 실험해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로직 이외의 모든 것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서도 돈도 적게 드는 방향도 찾으면 좋다.)

또한 초기에는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서 대격변이 많이 일어나므로 쉽게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내용들을 고려했을때, 서버가 필요없고 next.js 를 쓴다면 vercel 같은 서비스가 추천될 것이다.

서버가 필요하다면 서버리스로 구현하는 것이 좋다. 서버리스 서비스들은 장단점이 명확한 편이지만 조건에 맞으면 비용과 배포 측면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 준다.

마지막으로 메트릭을 쌓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면 좋다. 나중에 더 많은 사용자에게 실험을 진행할 경우 일일이 피드백을 받을 수 없으므로 필수적인 메트릭을 지정해서 해당 메트릭을 피드백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캔버스에에 있는 메트릭)

마치며

이번 포스트에서는 린스타트업을 실천할 때 초기에 고려해야 할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미 몇차례의 이터레이션을 거쳤고, 지금도 시간날 때 조금씩 바꾸고 있다.

내가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가설을 검증하면서 겪는 과정을 정리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