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 고려할 내용들

TL;DR

시작하며

대부분 스타트업의 채용 프로세스는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아래와 같다.

서류면접 - 과제면접 - 1차 면접 - 2차 면접 - 처우제안

어느 회사든 비슷하니깐 대충 구색을 맞춰서 저 순서대로만 진행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런 형태의 채용 프로세스가 왜 생겼는지 알지 못하고 순서만 차용해서 쓰면 효율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어렵다.

지난 글1 에서는 채용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요소 3가지를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채용 프로세스의 진행방법과, 각 과정에서 사용될 수 있는 유용한 질문 방식을 소개해본다.

채용 프로세스는 사실 문제가 아니다

회사입장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은 비싸다.

한명의 서류를 검토하는데 최소 30분정도가 소요되고, 3명정도가 교차검증을 한다고 하면 총 1시간 30분을 소모하게 된다.

1차 면접을 1시간 진행하는 경우, 서류보다 좀 더 꼼꼼한 자료 조사와 질문을 미리 준비해야하므로, 사전준비와 면접진행 그리고 면접결과 작성에 보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2차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비슷하지만, 2차 면접에는 2~3명의 면접관이 투입되며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3명의 면접관이 각 3시간씩 총 9시간 소요된다고 하면,

한명의 면접자가 서류, 1차면접, 2차면접을 진행하면 회사에서는 총 12시간 정도를 투입하게 된다.

한편, 아마존, 구글, 네이버 등의 대기업도 프로세스 자체는 큰 차이가 없다.

위 기업들은 2차(?) 면접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데, 4~5명의 면접관이 각각 1시간씩 진행하며, 한 직원을 뽑는데 면접을 수십번 이상 진행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scalable(어떤 부서나 어떤 리전에서도 통용되는 방식)한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하다.

즉, 사실상 대부분의 회사가 사용하는 채용 프로세스는 (더 나은 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율적인 채용 프로세스라고 봐도 무방한데, 이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프로세스와 절차상 거의 똑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가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각 과정을 진행하는 방식의 문제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채용 프로세스의 구성

채용 프로세스는 우리 회사로 지원한 많은 면접자들중 바를 넘는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을, 필요한 인원 N 명이 될때까지 반복하는 작업이다.

위의 그림에서 처럼 앞쪽에 프로세스일 수록 모수가 많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퍼널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뒤쪽 프로세스일수록 모수도 적고 남은 지원자들도 이미 어느정도 검증된 상태이므로, 효과적으로 퍼널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글 식으로 바꿔 말하면, 바를 못넘는 사람을 빨리 찾아낼 수 있을수록 더 효율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될 수 있고, 바를 넘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을 수록 효과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

이런 마인드셋을 가진 기업들은, 세부단계의 개수와 무관하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구성한다.

앞쪽 프로세스 -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로 나쁜 시그널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어떤 면접자가 우리 회사의 바를 넘는지 여부는 면접자의 수준을 다각도에서(원칙) 판단하여야(렌즈)만 확인할 수 있다.

이전 글에서 말했지만 회사에서 세운 원칙중 하나라도 큰 결격이 있다면 떨어뜨려야하는 신호이므로, 수준을 파악해야하는 모든 원칙이 바를 넘는지 보다 바를 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지 를 체크하는 것이 더 빠르고 수월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쉬운 바를 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앞쪽단계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서류면접, 과제면접, 1차면접 으로 구성되는 앞쪽 프로세스는 가능한 정량적으로 적은 리소스를 할당해서 진행하게 되며(코딜리티 점수 몇점이하, 3솔 이하, 한 사람이 한 시간 등)

면접을 진행하는 면접관 입장에서도 이 사람을 뽑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위주로 살펴보고 질문하게 된다.

뒤쪽 프로세스 - 상대적으로 많은 리소스로, 수준을 파악한다.

한편 면접자의 원칙 수준이 바를 넘는지 뿐만 아니라 얼마나 높은 차이로 넘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든다.

따라서 1차면접에서 한시간정도의 면접으로 충분했다고 하더라도, 2차 면접은 보통 2배이상의 시간이 들어가게 된다.(1차에서 면접관의 피드백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을 검증하는 동시에 각 원칙에 대한 수준을 파악해야 하므로)

특히 원칙의 종류가 많을 수록 더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작은 회사일 수록 원칙 개수를 적게 유지하는 것이 좋고,

제한된 시간안에 모든 원칙을 다 넘는지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직군별로 핵심이 되는 원칙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나머지는 다른 원칙을 기반으로 추론하는 것이 좋다.

또한, 2차 면접관에 대해서는 미달 원칙을 찾아내는 모자에서 원칙 수준을 파악하는 모자로 바꿔쓰도록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즉, 1차에서 회사와 맞지 않는 단점들은 어느정도 걸려졌기 때문에, 지원자의 강점을 찾고 수준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는, 2차 면접을 진행할 정도의 면접자는 대체로 면접자도 지원한 회사를 줄을 세우고 회사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회사를 선택해달라는 어필도 면접과정중에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부정형 질문들 보다 긍정형 질문들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좋은 면접경험을 심어주기에 더 유리하다.

행동 문제와 STAR 프레임워크

내가 생각하는 와 동료들이 바라보는 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력이 적을수록 그 간극이 더 심한 편이다.

직장에 내가 내리는 많은 결정들은 여러가지 요인들(개인의 선호도, 정치적인 요소, 친분 등)이 반영되기 마련이라, 내가 가지고 있는 평소의 생각들을 100% 반영한 판단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어떠한 판단을 하고 그 판단에 맞춰서 행동을 하게되고, 행동에 대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그 사람이 하는 말(또는 생각)보다 그 사람이 했던 행동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을 반영해서 진행하는 면접방법이 행동형 면접 (Behavioral Interview) 방식이고, 이러한 면접을 진행할때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대화를 위한 프레임워크가 STAR 프레임워크이다.

행동형 면접

어떤 사람의 오너십(ownership) 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물어보곤 한다.

(대충 오너십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 ... 이런 상황일때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이러한 형태의 면접은 이 사람의 생각을 검증하는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앞서 말했던것 처럼, 그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상하거나 멍청한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수는 있다.)

따라서 행동형 면접은 이런식의 질문을 하게 된다.

자신에게 요구된 것 이상의 결과를 고객에게 전달한 구체적인 경험 하나만 이야기 해주세요.

이러한 경험이 많고, 요구된 것 이상의 수준을 전달한 계기가 자신에게 있으며, 그로인해 좋은 피드백을 한 두번 받았다면 최고의 답변일 것이다.

반대로 5년차 직장인이 위와 같은 경험이 하나도 없다면 오너십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신입사원의 경우에도 고객을 팀원으로만 바꿔서 학부생때의 경험, 동아리나 스터디 모임의 경험을 물어볼 수 있다.

이렇게 행동에 대한 경험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오너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만 잘 만들어주면 오너십을 스스로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행동을 한번도 한 적 없는 경우에는 오너십을 발휘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매 상황마다 설명해서 지도하고 가르쳐 주어야 하며, 때때로 그가 왜 그런 오너십을 발휘해야하는 지를 설득하기도 해야할 것이다.

STAR

면접을 하다보면 면접자가 너무 단답으로 대답하거나, 너무 장황하게 말해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면접관도 본인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서 다시 장황하게 설명하다보면, 좋은 면접 경험도 주지 못하고 면접자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면접자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가 모호한 경우에 이런 일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더 깊이 이야기해달라는 식의 질문)

이런 상황을 어느정도 막아주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프레임워크가 STAR (혹은 STAR-F) 이며, 많은 회사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효과적인 방법중 하나이다.

STAR 는 하나의 행동형 질문에 대한 면접자의 답변을 4개의 파트로 나눠서 생각하기를 가이드한다.

면접자가 장황하게 말해도 위의 4가지 요소를 담고 있는지 체크하면 되며, 단답형으로만 답변하더라도 해당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물어봐서 필요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위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액션이다.

앞쪽 부분은 어떠한 액션을 하게된 상황,

뒤쪽 부분은 그러한 액션을 해서 얻게된 결과 혹은 배운점 등이 될 것이다.

정리하면 STAR 는 내가 한 액션, 그 액션의 기여도(임팩트), 그리고 결과를 잘 연결짓도록 도와주는 생각의 틀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며

문화의 시작은 언행일치가 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이 없는 말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행동과는 다른 원칙을 세워두고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너무 범용적인 원칙(e.g. 스스로 잘 성장하는 사람)을 세워두고 해석을 상황에 따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기본적으로 원칙은 직원들의 업무적인 판단/행동을 가이드 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범용적이면 적용하기가 어렵거나 각자 다르게 해석해서 적용해서 하나로 의견을 모으기 어렵고,

너무 자세하면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판단을 유도하여 큰 가치를 만들 수도 있는 과감한 행동을 제한한다.

좋은 원칙을 가지고 채용을 하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회사가 많아지면 좋겠다.